팀홀튼 우산 받으려다 아메리카노 2잔 받은 사연

 

기업에는 우산 하나, 고객에게는 아홉 번 방문한 경험의 마지막 장면

기업이 성장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숫자입니다.

매장이 몇 개 늘었는지, 신규 고객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하지만 숫자가 커지는 것만으로 좋은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최근 팀홀튼의 작은 이벤트 하나를 경험하면서 기업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성장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쿠폰 9개를 모은 고객에게 남은 것

팀홀튼에서 여름 음료를 구매하고 쿠폰 10개를 모으면 우산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저도 참여해 9개까지 모았습니다.

하나만 더 모으면 되는 상황이었고 행사기간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산이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대신 아메리카노 2잔을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고 대체 상품까지 마련했으니 행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저는 여기에서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회사는 우산 재고를 관리한 것일까요,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한 것일까요?

기업의 계산과 고객의 계산은 다릅니다

회사는 비용을 계산합니다.

우산 제작비가 얼마인지, 몇 개를 준비할 것인지, 프로모션으로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분석합니다.

고객의 계산법은 조금 다릅니다.

“나는 이 브랜드를 아홉 번이나 이용했다.”

“약속된 혜택을 받기 위해 거의 마지막까지 참여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

이것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기업이 생각하는 우산 한 개의 원가와 고객이 느끼는 우산 한 개의 가치는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산에는 그동안의 아홉 번의 구매와 아홉 번의 방문 경험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비용보다 중요한 고객생애가치

경영에서는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한 고객이 기업과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가져오는 장기적인 가치를 의미합니다.

한 번 방문한 고객에게 5천원을 받는 것과 그 고객이 몇 년 동안 수십 번 방문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전혀 다른 가치입니다.

그래서 좋은 경영은 이번 한 번의 매출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고객이 다음에도 우리를 선택할 것인가를 봅니다.

여기에 기업의 철학이 드러납니다.

신규 고객 한 명을 끌어오기 위해 광고비를 쓰고 쿠폰을 발행하고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온 고객이 작은 불편 때문에 떠난다면 다시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기 위해 또 비용을 써야 합니다.

그보다 이미 찾아온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한 경영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쿠폰으로 성장하는 회사와 제품으로 성장하는 회사

프로모션은 필요합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고 처음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프로모션에는 반드시 다음 단계가 있어야 합니다.

쿠폰을 받고 방문한 사람이 다음에는 자신의 돈을 내고 다시 찾아와야 합니다.

그때부터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이 시작됩니다.

음료가 맛있어서 다시 오고 싶고 직원의 응대가 좋아서 다시 찾고 싶고 새로운 제품이 궁금해서 또 방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이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쿠폰을 몇 장 발행했는가?”

보다

“쿠폰이 끝난 뒤 몇 명이 다시 찾아왔는가?”

이 숫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타벅스가 주춤하는 시기는 경쟁자에게 기회다

커피시장의 경쟁구도도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가 커피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었고 저가 커피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선택지가 많아졌습니다.

오랫동안 강한 브랜드 파워를 보여온 스타벅스도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는 팀홀튼 같은 후발 브랜드에는 시장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의 빈자리가 생겼다고 그 자리가 자동으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광고 문구보다 한 잔의 맛과 한 번의 서비스 경험에서 결정될 때가 많습니다.

기업의 철학은 문제가 생겼을 때 보인다

평상시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고객 최우선.”

“고객 만족.”

“고객 중심.”

홈페이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그 철학이 진짜인지 확인되는 순간은 고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고객이 불편을 이야기했을 때 규정만 설명하는가.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가.

이런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결국 기업문화를 만듭니다.

직원 개인의 친절만으로 해결할 문제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이 시스템과 권한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매장 100개보다 중요한 한 사람의 마음

기업이 성장하면 매장을 늘려야 합니다.

조직도 커져야 하고 매출도 증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 한 사람의 경험입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고객 한 명은 숫자 속에서 작아집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그 기업은 여전히 하나입니다.

그래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작은 불편을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큰 기업은 매장을 많이 가진 회사일 수 있습니다.
좋은 기업은 다시 찾아오는 고객을 많이 가진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는 우산 하나, 고객에게는 아홉 번의 경험

이번 일을 겪으면서 팀홀튼을 비판하는 것보다 기업의 경영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이벤트 상품 가운데 우산 하나가 소진된 일일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는 아홉 번 방문하고 아홉 번 구매한 뒤 만난 마지막 경험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기업이 고객을 오래 붙잡습니다.

기업의 경영철학은 거창한 문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산 하나가 부족해졌을 때 그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가.

저는 오히려 이런 작은 순간에 기업의 철학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결국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얼마나 오래 바라볼 수 있느냐에서 결정되지 않을까요.



#기업경영 #경영철학 #고객경영 #고객경험 #고객생애가치 #CLV #브랜드경영 #서비스경영 #팀홀튼 #스타벅스 #커피시장 #프랜차이즈경영 #고객서비스 #브랜드마케팅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결혼하면 대출이 불리하다? 정부가 손보는 ‘결혼 페널티’,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건보료 500만원 내던 사람이 1억? 7월 ‘건보료 폭탄’의 진짜 이유

부부 공동명의가 항상 절세일까? 취득부터 보유·매도까지 세금 비교